제4부 과학혁명
14 무지의 발견
현대 과학은 과거의 모든 전통 지식과 다음 세 가지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1.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기. 현대 과학은 라틴어로 표현하면 '이그노라무스ignoramus-우리는 모른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면 틀린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떤 개념이나 아이디어, 이론도 신성하지 않으며 도전을 벗어난 대상이 아니다.
2. 관찰과 수학이 중심적 위치 차지. 무지를 인정한 현대과학은 새로운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삼는다. 그 수단은 관찰을 수집한 뒤, 수학적 도구로 그 관찰들을 연결해 포괄적인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3. 새 힘의 획득. 현대과학은 이론을 창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론을 사용해서 새 힘을 획득하고자 하며, 특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356)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근대 이전의 전통 지식이었던 이슬람, 기독교, 불교, 유교는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모든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고 단언했다.
고대의 전통 지식은 오로지 두 종류의 무지만을 인정했다.
첫째, 한 개인이 뭔가 중요한 것에 대해 무지 할 수는 있었다. 그가 필요한 지식을 얻으려면, 자신보다 현명한 누군가에게 묻기만 하면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무언가를 새로 발견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둘째, 하나의 전통 전체가 뭔가 중요치 않은 것에 대해 무지할 수는 있었다. 위대한 신들이나 과거의 현자들이 우리에게 애써 말해 주지 않은 것은 그게 무엇이든 정의상 중요치 않은 것이었다. (357)
1620년 프랜시스 베이컨은 <<신기관 The New Instrument>>이라는 과학 선언문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주장했다. '지식'의 진정한 시금석은 그것이 진리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힘을 주느냐의 여부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1백 퍼센트 정확한 이론은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 결과, 진리인가의 여부는 지식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검사법으로서는 부족한 것이 되었다. 진정한 시금석은 유용성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이론이 지식이다.(368)
정의상 과학은 미래에 무엇이 존재해야 마땅한지를 안다고 허세를 부릴 수는 없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것은 종교와 이데올로기뿐이다.(387)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389)
사피엔스(2015), 유발 하라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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