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한 사람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 비극적인 불행은 순간적인 판단착오 때문이다. 주인공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잠깐 동안의 착오가 엄청난 불행을 몰고 오는 것이다. 이 순간적 판단착오를 그는 하마시아(harmatia)라고 했다. 영어로는 errors in judgment, miscalculation, mistake 혹은 error로 번역된다. 1902년 [시학]을 영어로 번역한 사뮤엘 부처는 이것을 frailty로 번역했는데, 아마도 착오란 인간의 원초적 나약함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에서인듯 하다. '판단착오'라는 단어에서는 주체의 의지가 느껴져 '잘못'이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되는 반면, '인간의 나약함에 의한 실수'에는 개인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어두운 숙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두번째 것이 비극의 비극성을 좀 더 강조해 주는 느낌이다. 이 부당한 불운이 관객의 연민과 공포를 자아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2013), 박정자, 인문서재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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