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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2.09 서평의 본질

~글쓰기의 출발은 서평이라 믿는다. 읽은 내용으로 쓰기 시작하며, 읽은 만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서평쓰기는 글쓰기 인생을 정리해 주는 결절점(結節點)과 같다고 생각한다.~서평 쓰기가 지적 기초 체력을 유지시키는 근본임을 잊지 않으며, 나아가 서평 쓰기야말로 자신이 지적으로 독립된 존재라는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모두가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고 굳게 믿기에 서평 쓰기가 우리 사회의 기본 교양이 되기를 바란다. ~

(작가 소개의 글 중)

도대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기보다 책을 통해 길을 찾을 안목을 갖게 됩니다. 즉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할 통찰력과 다른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을 얻습니다. 독서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게 됩니다.
따라서 요즘 같은 때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무엇을 읽느냐 이상으로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합니다.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9)

~가장 좋은 방법은 읽은 책에 대해 서평을 쓰는 것입니다. 서평이야말로 독서의 심화이고, 나아가 독서의 완성입니다.(10)

어떤 대상의 본질의 규명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기본은 다른 것과 대비해 보는 것입니다. 하늘을 땅에 견주어 설명하고, 남자를 여자에 비추어 살펴보는 식~독후감과 서평은 다음 세가지 면에서 분명하게 구별~
첫째,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입니다.
독후감은 문자 그대로 책을 읽은 다음의 감상을 담습니다. 본질적으로 정서의 반응이죠. 직접적인 반응에 가까워 책에 대한 독자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합니다. 
이와 달리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사유를 담습니다. 본질적으로 논리적인 반응이지요. (23)~책에 대한 메타 성찰이라 하겠지요. ~성찰의 정도가 서평의 수준을 결정하지요. 읽기와 쓰기 사이의 성찰 간격만큼 서평의 질은 나아지게 마련입니다. 많이 생각하고 오래 생각하는 만큼, 깊이 생각하고 넓게 생각하는 만큼 서평의 수준은 향상됩니다.
둘째, 독후감이 내향적이라면 서평은 외향적입니다.~독후감은 독자만의 고유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어, 독후감을 쓰는 이가 자신의 다채로운 정념과 직면하게 도와줍니다. ~
서평은 그 서평을 읽어 줄 다른이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책의 독자인 서평자의 정신이 서평의 독자이자 그 책의 예비 독자에게 나아가는 겁니다.(24)~서평은 타인을 중심으로 작성됩니다.~
셋째, 독후감이 일방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적입니다.
독후감은 책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저 나의 느낌을 잘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설득~추구하지 않고, 독자의 정서 공감을 기대하며 소극적 수용에도 만족~
서평은 서평에서 다루는 책에 대한 성찰을 전달합니다.(26)

'텍스트'는 특정한 저자의 단일한 의도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라는 단어와 구별하고자 롤랑 바르트의 말1)을 차용했습니다. ~
텍스트text는 원래 직물texture이라는 말에 연원을 둡니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직물을 짜듯이 이것저것이 뒤섞여 하나의 텍스트를 이루는 것이지요. 텍스트에는 무엇보다 저자의 의도한 사유와 의도하지 않은 욕망이 혼재되고, 저자의 사유와 타인의 통찰이 뒤섞입(29)니다. 그 이면에서는 그가 살아가는 시대와 세계가 함께하며, 이후에는 독자가 텍스트를 새롭게 읽어 가면서 새로운 의미를 덧칠합니다. 이 모든 것이 텍스트를 구성합니다.~
좋은 독서는 독자가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이를 위해 독자는 한편으로 책을 읽기 전에 자신을 비워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책 속으로 자신을 온전히 던져야 합니다. 전자는 자신의 아집을 버리라는 뜻으로 책이 말하는 바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라는 말입니다.
반면 후자는 자신의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여 총체적으로 읽어 들어가라(30)~
책을 읽는다는 것, 즉 해석한다는 것은 개인으로서의 독자가 수행하는 개별적인 과업입니다. 개인을 뜻하는 영어 'individual'은 부정접두어 'in'과 '나누다', '쪼개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 'divide'로 나뉩니다. 개인은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최소 단위입니다. 결정의 최소 단위인 셈~독자는 자신의 고유한 독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독자가 딛고 서 있는 자리를 전제 혹은 선先이해~이게 없다면 독자의 해석은 불가능~(31)

~나는 바로 이 '다시 읽기'의 환경을 제공했다. 관련 자료를 참고하여 그 고전들을 다시 읽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고전들을 처음 읽는 이도 다소 유사하게나마 '다시 읽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배려했다.2)(33)~
고전에는 독자가 새롭게 읽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끝없이 열려 있습니다.(34)
~지금의 신간도 여러분의 독서, 즉 해석의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고전이 될지 모릅니다.(35)
좋은 책일수록 해석의 여지가 많고 저자와 독자 간의 대화가 지속됩니다. 고전이 이름값을 하는 것은 해석의 가능성이 소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36)

이원석(2016), 서평 쓰는 법, 유유

1) 롤랑바르트, 박인기 옮김, 저자의 죽음, 작가란 무엇인가(지식산업사, 1997), 142쪽
2) 양자오, 류방승 옮김, 종의 기원을 읽다, 유유, 201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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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공을찾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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