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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1.18 새로운 가능성 옛이야기의 길, 동화의 길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상황에서 '옛이야기'는 미래의 희망인 아동들에게 들려주고 읽혀주고 싶은 '아름다운(38)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꽃은 해방과 함께 졌다.~이 글에서는 두가지를 점검해 본다. 

첫째, 전래동화라는 용어 및 이 용어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에 대한 점검. 동화는 옛이야기를 개작하여 아동교육에 활용하자는 관점에서 창안된 용어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는 옛이야기가 곧 동화로 인식되기도 하면서 옛이야기와 도오하의 관계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 관계로 전환되었다.~동화이다.~전래동화가 옛이야기의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실상에 부합하지 않은 여러 일들이 생겨났다고~

(1) 옛이야기 저자인 것처럼 행세하기. 일제강점기에 대부분의 조선 옛이야기는 수집이 아니라, 조선 총독부에 의해 식민지 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조사되거나 잡지, 신문 등의 현상응모에 의해 모집된 것들이다.~구비전승되어 오던 옛이야기가 느닷없이 누구의 작품으로 둔갑하게 된것이다. 민간에서 집단적으로 구전되어 오던 것을(39) 약간 다듬어서 문자로 표기한 것에 과연 누구누구의 저작이라는 영예로운 권리를 허락할 수 있는가. 옛이야기를 정말 창작 수준으로 개작한 것인지, 전통문화의 선양 차원에서 옛이야기를 표현만 약간 다듬어 읽기용으로 편집한 것인지에 따른 저자 표기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2) 옛이야기인 것처럼 소개하기. 옛이야기를 전래동화로 포장하고 자신의 이름을 덧붙이던 관행은 일제강점기의 특수한 유물로 남겨두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3) 옛이야기인 것처럼 교육하기.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옛(40)이야기는 엄밀하게 말해서 옛이야기가 아니다.~옛이야기인 것처럼 둔갑한 자료를 옛이야기라고 제시해 놓아 그렇다. ~옛이야기인 것처럼 둔갑한 것인데 당당히 옛이야기라고 한 자료를 따져보지 않은 채 수록했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일찍이 박지원(1737-1805)이 조선의 고문숭배(고문숭배) 경향을 비판하며 갈파하지 않았는가. "같음을 추구하는 것은 참이 아니다. 세상에서 서로 같은 것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아주 닮았다'라고 하고 서로 분간하지 어려울 정도로 같은 것끼리는 '핍진하다'라고 한다. 이렇게 '아주 닮았다'니 '핍진하다'라고 말하는 가운데 벌써 '가짜'와 '다름'이 개재해 있는 것이다."1)

옛이야기인 것처럼 둔갑한 자료는 옛이야기가 아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일 뿐이다.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9 개정 초등 국어 읽기 4-2 교과서에 <꽁지 닷발, 주둥이 닷발>이라는 작품이 옛이야기 제재로 수록된 적이 있다.~(41)괴물 새는 나중에 모기가 되었더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구비 전승되는 동종의 옛이야기 중에서는 이런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괴물에게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내용을 아동에게 읽힐 수 없으니, 이 부분을 삭제하고 옛이야기를 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서정오는 이 작품을 옛이야기라고 소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옛이야기를 개작하여 만든 동화로 소개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옛이야기라고 명시해 놓음으로써~이 작품은 옛이야기로써 교육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학교교육에서 옛이야기인 것처럼 만들어 놓은 작품을 실제의 옛이야기인 것처럼 교육한 셈이다. 초등 국어교육이 언어기능교육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재를 수록하는 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옛이야기를 전래동화로 지칭하지 않으면 된다. 전래동화라는 용어를 폐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전래동화라는(42) 용어를 대체할 신용어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43)

~옛이야기(설화)를 집단적으로 구비 전승되어 온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써 이해하는 것은 셰계적으로 통용되는 바이다.~

일군의 문학적 현상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분류하고 개념화 하는 것은 연구자의 의무이자 책무이다. 2000년대 이후 옛이야기에 뿌리를 둔 창작동화도 그런 '일군의 문학적 현상'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이름을 붙여주는 게 마땅하다. 다만 옛이야기와 창작 동화의 주체성을 각각 존중하는 곤점에서의 '이름 붙이기'여야 할 것이다.(44)

둘째, '옛이야기'와 '동화'의 이별을 두려워하는 또는 어려워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점 점검.  초등교육계에서 '전례동화'라는 용어에서 '전래'를 떼어내자는 데에는, 만족할 정도는 아니자만, 어느 정도 수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교과서에서 오랫동안 옛이야기를 전래동화로 지칭했다가, 옛이야기를 옛이야기라고 제대로 지칭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일반인이나 아동문학계에서는 여전히 이전의 관행을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45)보인다.

~옛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왜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가?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결코 눈으로 확인되는 신체적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옛이야기는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익숙한 곳이나 존재들과 헤어지게 만드는 것이다.~(46)

최원오(2019), 옛이야기의 활용과 새로운 가능성 옛이야기와 동화의 아름다운 이별과 재회를 위해,아동청소년문학연구(25), 7-60

1) 연암집 권7 녹천관집서

Posted by 주인공을찾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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