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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19 제1장 지금 왜 문해력에 주목해야 하는가?

2008년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국어능력'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성인의 문맹률은 1.7퍼센트에 불과하다.~문맹률이 이렇게 낳은데도 문해력 수준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문맹'이 아닌 것이 곧 '문해'임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맹은 '기초적인 읽기 및 쓰기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문해력은 기초적인 읽기 및 쓰기를 넘어서서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제를 해결하는(20)데까지 활용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문해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문해력을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으로 규정한다.(21)

우리는 온갖 정보와 데이터가 해일처럼 밀려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정보와 데이터를 읽고 해석해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문제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요구하는 사회에 살면서 우리의 문해력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22)

문해력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는 도구로서 학습 능력을 좌우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역량이기도 하다. 문해력은 국어 과목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 필요한 기초 이해 능력이다. ~ 무엇보다 문해력이 뒷받침되어야 교과서에 등장하는 '학습 도구어(academic vocabulary)'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학습도(23)구어는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어휘로 일상에서 사용되는 어휘와는 구별된다. 학습도구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학교 공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만8세 이전의 초기 아동기 문해력은 특히 중요하다.~초등학교 공부는 문해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학력이 아이들은 공부의 기초 체력이 허약하기 때문에 쉽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24)~교과 내용이나 선생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니 수업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공부 자신감마저 떨어진다.~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들 성적이 떨어지면 학원부터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학습 격차의 주요 원인이 문해력 격차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학원에 보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문해력 수준을 파악한 뒤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교육 현장에서 문해력의 중요성이 더 크게 대두되고 있다.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에서도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화면으로 학습 자료들을 보면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진도를 따라가야 하는데,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집중력도 높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는 집중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25)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수록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문해력은 미래를 위한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데에도 기반이 된다.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정보와 지식을 해석하고 그 안에서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문해력이 더 중요한 역량이자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다. 문해력이 높은 사람들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많은 부를 얻게 될 것이다. 문해력이 핵심 경쟁력이자 권력이 되는 것이다. (31)

유튜브는 이제 도서관이자 놀이터가 되었다.~아이들이 영상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영상 콘텐츠 자체를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아이들이 문자 콘텐츠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상 콘텐츠의 편의성과 즐거움에 익숙해지는 만큼 문자와 멀어진 아이들의 뇌는 어느새 줄글이나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뇌로 변해간다. ~문해겱이 점점 떨어지는 뇌가 되어가(33)는 것이다.
뇌의 영역에서 읽기 및 해독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위는 대뇌피질 중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이다. ~전전두엽은 추론하고 결정하고 계획하고 집행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담당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다면 전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이 되면 적절하게 판단하여 그 기억을 거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전전두엽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전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면 인지 능력도 떨어진다.~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발견하고 통제하는 활동인 '상위인지(metacognition)'능력도 발달하게 된다.(34)

~글을 읽어야 전전두엽이 자극되면서 활성화되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어야  문자 해독력이 높아지는 뇌가 된다. (36)

"이러한 추적 조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독서를 통해 문해력 수준을 높일 경우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에 따라 좋은 직장에 들어가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 역시 커진다"라는 것이다. 독서는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훈련 방법이다.(38)

수능 시험을 잘 보려면 강남의 족집게 학원 또는 1타 강사를 찾아다닐 게 아니라 문해력부터 키워야 한다. 문해력 향상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기 때문이다.~청소년기의 문해력 저하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쉽게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39)

<초기 문해력 교육의 현황과 과제>라는 논문에서 ~"초기 문해력 교육의 빈자리 현상은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이 초기 문해력 교육을 책임지지 않고 학부모와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현상이다." (44)

인지신경과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책 읽는 뇌>라는 책에서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 발명이다."라고 주장했다. 
'말하는 유전자'는 일부를 제외한 모든 인간이 갖고 태어나지만, '읽는 유전자'를 선천적으로 지닌 사람은 없다. 인간의 뇌에는 '읽기'와 직접 관련된 영역이 없는데, 그 이유는 인간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온 데 반해 문자가 발명된 지는 기껏해야 5,0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읽는 뇌'를 갖고 태어나지 않으므로 글을 읽으며 뇌의 회로를 바꾸어나감으로써 '읽기'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한편으론 읽기 능력을 습득했다 해도 지속적으로 글을 읽지 않으면 관련 뇌 기능이 퇴화해 읽기 능력도 퇴보하게 된다.~뇌가소성이란 뇌에 자극이 가해지면 신경이 새롭게 연결되고 강(52)화되면서 화학적·구조적으로 변하는 성질을 말한다. 여기에서 뇌에 가해지는 자극이란 새로운 생각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도 "읽기 훈련이 이미 성숙한 뇌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점을 보여주었다.~뇌가 가진 '가소성' 덕분에 우리는 학습과 훈련으로 뇌를 진화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읽기 훈련을 많이 하면 관련 뇌의 영역에 자극이 가해짐으로써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잘 읽는 뇌'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53)

조병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문해력은 후천적으로 발달하는 능력이며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이 아니다. 어렸을 때 제 나이에 맞게 문해력을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떤 요인으로 인해 뒤처졌다고 해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해력을 개발할 기회들이 적절하게 제공되면 누구나 언제든지 따라갈 수 있고 만회할 수 있다. 문해력은 평생 배워야 하는 것이며, 나 또한 지금도 배우고 있다."~글을 읽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 문해력 격차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54)

 

김윤정(2021), EBS 당신의 문해력,EBS BOOKS

Posted by 주인공을찾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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