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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29 신과 사건들의 흐름으로서의 시간

프롤로그

시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태곳적부터 인간과 함께하며 영원을 상징하는 초월성을 지닌 '시간'(5)

PART 1 시간, 공명하는 이미지

신과 사건들의 흐름으로서의 시간

시간은 인간이 겪는 경험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경험의 하나로서,~인간은 시간을 하나의 신으로 숭배했다.~우리가 시간을 하나의 수학적인 틀로 인식하고, 물리 현상을 서술하는 개념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갖게 된 것은 근대에 와서야 비로소 이루어진 일이다.

고대 인류는 외부의 사건과 내면의 일, 즉 물질계에서 일어나는 일과 정신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현대인처럼 분명하게 구별하지 않았다. 그들 원시인이 겪는 내적•외적 체험의 흐름은 각 순간마다 서로 다른 한 무더기의 동시 발생적 사건들에 따라 이어지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양이나 질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었다.

현대인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이른바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도 어느 문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다. (10)

뱀은 수명과 건강을 상징하며, '수명의 뱀'이 있어서 각 개인을 수호한다고 생각했다. '수명의 뱀'이란 곧 시간을 표상하는 데몬demon(수호신)이며, 그 개인이 죽은 뒤에도 여전히 존속한다고 믿었다.(15)

마르셀 그라네M.Granet(1884~1940, 중국학 연구자)도 지적했듯이, 음과 양은 우주의 정태적인 원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해가는 우주의 리듬을 뜻한다. 중국 사람들은 시간을 하나의 추상적인 척도나 '공허한' 어느 시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시時'라는 말은 어떤 일을 도모하기에 알맞은, 또는 알맞지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그라네도 중국 사람들은 시공을 '어떤 일과 그것이 일어나는 장소의 조합(결함, 묶음)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즉 일치하는 사건들의 한 묶음이라는 것이다. 여러 사건들은 그렇게 '한데 묶는 것' 곧 '간間', 즉 '동안'이다. '과거의 시점과 현재의 시점' 이를 테면, 아침과 저녁이 결합해서 '간'이 된다. 그러나 '시'가 '간'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시간의 출발점이 바로 그런 경우다.(18)

창조적인 활동 에너지를 표상하는 것으로는 또한 뱀을 빼놓을 수 없다. 마야 사람들은 쌍두사를 숭배했는데, 쌍두사의 머리는 하나는 생명을, 다른 하나는 죽음을 의미한다.(19)

신 자신이 시간(그리고 또한 무시간) 그 자체라고 하는 이런 신화들과 달리, 유대교와 기됵교 전통에서는 신을 완전히 시간 밖에 있는 존재로 본다. 신이 이 우주를 만들면서 시간도 함께 창조했다는 것이다.(21)

서구의 전통에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354~430, 신학자이자 철학자)를 통해서 새로운 측면의 시간관이 유입되었다. 즉, 신은 우주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혼에도 임재한다는 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시간은 신이 '역사'하는 현장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나아가 일종의 심리적인 뉘앙스도 갖게 되었다. 현재라는 것은 영혼 속에서 체험되지 않는 한 존재할 수 없다. 과거라는 것도 실상은 영혼 속에서 기억되고 있는 어떤 인상일 뿐이다. 그리고 미래하는 것은 우리 정신 속의 기대로서만 존재한다. 그러나 일상의 시간은 무상하고 무의미할 뿐이다. 영혼이 신과 합일 할 때 시간은 사라져버리고 만다.(22)

그러던 중 알베르트 아이슈타인Albert Einstein(1879~1955, 물리학자)에 의해서 일대 전환이 일어났다. 시간의 지침은 언제나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빛의 속도는 대단히 빠르므로-1초에 30만 킬로미터-일상의 거시적인 물리 세계에서 이 점은 문제시 되지 않는다. 그러나 관측자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시점과 그 광경이 관찰자의 눈에 들어오는 순서가 뒤바뀔 것이라는 얘기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관측되는 두 사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시차를 두고 일어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25)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전자기 현상을 관찰할 때 관측자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누구나 거기에서 똑같은 자연법칙을 볼 수 있으려면, 모든 시공간 구분이 상대적인 것이라고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동위체 同位體(원자번호는 같으나 질량수가 서로 다른 원소)에서 변화가 일어나면 반드시 수학적으로 일정한 방식대로 시공간이 혼합된다. 그러므로 시간과 공간은 서로 수없이 연관되어 있으며, 4차원의 연속된 형태를 조성한다. 이것을 흔히 민코프스키Minkowski와 아이슈타인의 블록 유니버스block Universe(4차원의 우주)라고 한다. (26)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즉, 시간을 내면과 외부의 사건들의 흐름으로 보는 원시인의 직관을 신기하게도 그대로 다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것을 정확한 수학 공식으로 파악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단계에서 시공의 평면에 중력을 덧붙였다. 중력 때문에 시공의 평면에 굴곡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굴곡이 진 시공간에서는 곡률 曲率(곡선이나 곡면의 각 점에서의 구부러진 정도를 표시한 값)에 따라 공간의 형태뿐만 아니라 시간 간격도 달라지게 된다. 시간의 흐르는 속도가 '평평한 시공간'에서와는 다르며, 또한 질량체의 분포에 따라 곡률이 장소마다 달라지고 시간의 흐름도 달라지는 것이다.(27)

물리학자들이 시간의 상대성을 발견해낸 때와 거의 동시에 카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1875~1961, 심리학자)도 그와 똑같은 사실을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던 중에 발견하게 되었다. ~융은 꿈의 세계에서도 시간이 상대적이며, '이전'이나 '이후'라는 범주가 아무 의미도 없게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서도 특히 원형의 자리에 이를 만큼 깊은 잠에 빠질 때에는 시간이 아예 소멸되어버리기까지 하는 것으로 추측했다.(28)

우리는 마음 속에 있는 원형적인 실체로 깊이 파고 들어가면서 그것이 뭔가 무한한 것과 관계를 맺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한이라는 점을 깨닫을 때 비로소 쓸데없는 일에 몰두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결국, 무엇을 중시하는 것은 자신이 그 무엇인가의 본질을 구현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그 본질을 구현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곧 인생을 무의미하게 소모하는 셈이 될 것이다. (29)

중력의 영향에 대해서도 아인슈타인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혹성과 은하들은 대단히 큰 질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공에 굴곡을 일으킨다. 이론과 질량을 가진 물체의 중력 붕괴gravitational collapse가 일어날 때 그런 현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블랙홀black hole이 그 한 예다. 어떤 별의 질량이 대단히 크면 입자들 사이의 거리가 인력에 의해서 점점 좁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별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시공의 굴곡도 갈수록 심해지게 된다. 결국에는 빛이 별의 인력에 붙잡혀 그 별의 표면으로부터 방출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른다. 그리하여 별의 주위에 이른바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이 형성되어, 그 안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시간의 표시도 전달되지 않는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그 별은 시간 밖으로 물러난 셈이 되는 것이다.(30)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2013), 시간이란, 평단

Posted by 주인공을찾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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