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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16 카타르시스와 소격효과

비극이 관객에게 연민이나 공포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나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플라톤은 이 감정들(p32)이 너무나 강력하여 이성의 통제를 약화시키고 인간을 과도한 열정의 도가니 속에 빠트린다고 경계하였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감정들이 유해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관객들은 마음속의 찌꺼기가 완전히 씻겨 내려가는 체험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카타르시스(catharsis)라고 불렀다. 카타르시스의 원래 뜻은 '배설'이다. ~

18세기 계몽주의 문예비평가인 레싱(Lessing)에 따르면 카타르시스는 우리 마음 속의 연민과 공포를 적정수준으로 유지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

20세기의 마르크스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정치적 이유로 카타르시스 이론을 거부한다. 그는(p33)극과 관객 사이에 거리를 두어 관객으로 하여금연극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소위 '낯설게 하기' 혹은 '거리두기'의 기법을 제시했다. 소격효과(estrangement effect) 또는 소외효과(alienation effect)라고도 한다.

소격효과를 가져오는 기법은 노래삽입, 주석4달기, 번호 붙이기, 관객에게 말 걸기 등인데, 이런 장치는 극적 환영(幻影)을 깨트리는 기능이 있다. 연극이 리얼하면 관객은 그것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생각하고, 극의 전개에 몰입되어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는데, 이것이 바로 연극적인 환영이다. 브레히트는 이런 몰입을 깨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카타르시스도 느끼지 못한다.~(p34)

그러고 보면 예술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감상 주체와 대상 작품간의 심리적인 거리가 필수적이다.(p36)

~ 작품의 내용이 감상 주체와 너무나 밀착해 있어서 그것은 예술로  다가오기 보다는 차라리 현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2013), 박정자, 인문서재, p37>

Posted by 주인공을찾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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