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베니우스
레오 프로베니우스가 말한 것처럼 원시인은 그의 정신 속에 새겨진 자연 질서를 놀이했다.~아주 오래전의 과거에, 인간은 먼저 식물과 동물의 생장과 소멸이라는 현상을 동화했고, 이어 시간과 공간, 달과 계절, 태양과 달의 운행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우주의 이행(移行)질서를 신성한 놀이 속에서 놀이하게 되었다. 그런 놀이를 통하여 원시 사회의 인간은 놀이 속에 재현된 그 사건들을 새롭게 현실화 혹은 '창조'하여 우주적 질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얻는 것이다. 프로베니우스는~이러한 행위가 모든 사회적 질서와 제도의 출발점이라고 간주한다. 이런 의례 놀이를 통하여 원시 사회가 조잡한 형태의 정부를 획득했다.~
프로베니우스는 말한다. "본능이라는 말은 임시변통의 용어로서 현실의 문제 앞에 무능력을 시인하는 것이다."~
프로베니우스는 원시인의 심리적 과정을 대략 이렇게 설명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삶과 자연의 체험은 여전히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붙들림'의 형태를 취한다. 그러니까 무엇엔가 붙들려서 전율을 느끼고 황홀해 하는 것이다. "그 원시 부족의 창조적 능력은~붙들림의 상태로부터 흘러나온다.""인간은 운명의 계시에 의해 붙들림을 당한다.""창조와 소멸이라는 자연적 리듬의 현실은 그의 의식(意識)을 붙잡았고, 이것이 필연적으로 또 반사 행위에 의해 그로 하여금 그러한 정서를 어떤 행위 속에 재현하도록 이끄는 것이다.."~우리는 변화라는 필연적 심리과정과 대면하게 된다. 생활과 자연의 현상에서 느끼는 전율, 혹은 '붙잡힘'은 반사 행동에 의하여 시적 표현과 예술로 압축된다. 이러한 창조적 상상력의 과정은 합리적 언어로 표현하기가 힘들며 따라서 그것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우주적 신비에 대한 미학적, 신비적, 초논리적 지각을 바탕으로 하여 의례적 놀이로 나아가는 정신적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유현(幽玄-이치나 아취(雅趣)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그윽하며 미묘함. )한 과정이다.
<호모루덴스, 요한 하위징아, 연암서가, 2010, p5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