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밑줄 긋기/내러티브(폴 코블리)

내러티브 공간 속 해석성 코드 또는 우회

주인공을찾는아이 2016. 3. 29. 23:34

A에서 B로의 내러티브의 진행 내지는 움직임이란 개념 그 자체는 '내러티브 공간'이란 것의 존재를 가정한다. 하나의 내러티브는 그 종착점으로 나아가야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지연시키기에 이러한 머뭇거림이 가능하단 점에서 내러티브는 하나의 '공간'을 점유한다.

~롤랑 바르트는 1974년 발표한 S/Z에서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단편 사라진느(Sarrasine)에 대해 다섯 가지 코드를 세밀히 부연하며 이들이 짜놓은 틀을 텍스트가 통과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첫째는 행동의 코드, 둘째는 '전진성' 코드로 이것은 내러티브 사건들의 직선적인 관계성을 담당하며, 셋째로는 인물의 특성 코드인 '의미성'코드, 넷째는 이항대립 코드로서 잠재적이며 대립적이지만 나타나 있는 의미에 의거한 특정 의미를 불러내는 '상징성' 코드이다. 이들 코드들은 내러티브 연구에 적절한 요소들로 바르트가 발자크의 이 작품을 힘차게 분석해내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이 중에서 다섯째 코드인 해석성 코드가 지금 우리의 논의에서 특히 관심거리가 될 만한 것으로 이것은 내러티브 '공간'의 성립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중적 기능을 갖고 있다. 즉 내러티브를 앞으로 전진시켜 사실을 들춰내려 하지만, 동시에 '다의성', '함정'. '허위 응답'등을 통해 내러티브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코드인 것이다.

 

바르트가 사라진느 분석에서 '해석성'코드라고 인지하여 지목한 바 있는 내러티브의 종착점으로 가는 길을 개별적으로 지연시키는 이 요소를, 피터 브룩스(Peter Brooks)는 우회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Brooks 1982). 우회는 내러티브 안에 워낙 눈치채지 못하게 미묘하게 녹아들어 있는 터라 순수한 지연처럼 즉시 눈에 띄지는 않고 파현적인 대화나 시퀀스를 리루는 묘사들로 보일 것이다. '스릴러'라 불리는 대중적 내러티브 장르를 예를 들자면 우회는 '서스펜스'로 불리는 현상을 창출해내는 과정의 요소들이다. 주인공이 음모의 전모를 들춰낼 것인가? 그가 악당을 누르고 승리할까? 이런 질문들은 이야기의 정지, 그리고 이야기 속 사건들의 문제와 이들을 해결하는 데서 만들어지는 쾌감에 의해 창출되는 쾌/불쾌의 정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우회는 내러티브의 잠재적 즐거움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지점이라고 봐야 한다.

 

- 내러티브, 폴 코블리, 25~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