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밑줄 긋기/사피엔스(유발 하라리 김영사)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주인공을찾는아이 2021. 4. 27. 17:32

19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인간의 기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행복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540)

문제는 우리의 정신 속에 깊이 박혀 있는 추론의 오류에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 혹은 과거의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추측하고 상상하려 할 때 우리 자신을 그들의 상황에 대입해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정확하지 않다. 우리의 기대를 타인의 물질적 조건에 끼워넣기 때문이다.(541)

이 모두가 기대의 문제다. 만일 행복이 기대에 의해 결정된다면,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두 기둥-대중 매체와 광고 산업-은 지구의 만족 저장고를 생각하지 않게 고갈시키는 중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제3세계의 불만은 단지 가난이나 질병, 부패나 정치적 압제뿐만 아니라 제1세계의 규범에 노출된 탓이기도 하지 않을까?~이들은 자신을 파라오 치하의 선조들과 비교한 게 아니라 동시대 부유한 서방국가 사람들과 비교했기 때문이다.(542)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세계와 감정세계는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 다른 모든 정신적 상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행복도 월급이나 사회관계, 정치적 권리 같은 외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신경, 뉴런, 시냅스 그리고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등의 다양한 생화확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집을 사거나 승진하거나 심지어 진정한 사랑을 찾거나 하는 일로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신체 내부의 쾌락적인 감각이다. ~혈관 속을 요동치며 흐르는 다양한 호르몬과 뇌의 여러 부위에서 오가는 전기신호의 폭풍에 반응하는 것이다.(544)

진화에서 행복과 불행이 맡은 역할은 생존과 번식을 부추기거나 그만두게 하는 것과 관련해서만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진화의 결과 우리가 너무 불행해하지도 행복해하지도 않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진화는 우리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몰려오는 쾌락적 감각을 누릴 수 있게 했지만, 그런 느낌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조만간 이 느낌은 가라앉고, 불쾌한 느낌에게 자리를 내준다.(545)

행복이란 불쾌한 순간을 상쇄하고 남는 여분의 즐거움의 총합이 아니라, 그보다는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의미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552)

우리 세대의 지배적 종교가 자유주의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주관적 기분을 신성시한다. 개인의 기분과 느낌이 권위의 최고 원천이라고 본다. 선과 악, 미와 추, 당위와 존재는 우리 가가자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는 것이라고 인문학은 선언한다.(554)

역사상 존재했던 대부분의 종교와 이데올로기는 선함와 아름다움, 당위에는 객관적인 척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느낌이나 선호는 신뢰하지 않았다.(555)

 

 

사피엔스(2015), 유발 하라리, 김영사